귀중한 목숨을 던진 새마을 운동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56화-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을마다 시멘트 335포씩 무상으로 배당하고 마을에서 필요한 곳에 마음대로 쓰도록 했다. 이것이 농촌 새마을운동을 일으킨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지방과 계장으로 있을 때 각 시·군의 시멘트 사용실태를 조사하는 데 차출이 되었다. 마을의 전반적인 시멘트 사용실태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내무부의 지시였다.
각 시·군에 시멘트를 잘 사용하였다는 두 개 마을을 선정받아 현지를 확인하고 그 실적에 따라 상을 주었다. 시멘트를 잘 사용한 부락은 지도자가 마을 주민회의를 개최하여 그 부락에서 시급한 사업을 결정하고 주민이 공동으로 작업에 참여하여 훌륭한 마을사업을 해결하였다. 어느 마을은 이장이 마을회의도 개최하지 않고 시멘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라 주민 몇 사람의 의견으로 주민이 원하는 대로 균등하게 가정마다 배부하여 가정집의 부뚜막을 바르는가 하면, 쥐구멍을 틀어막고, 앞마당의 패인 곳을 메우는 데 각자 사용하였다.
여기에서 마을 지도자가 있는 부락은 잘 되고 지도자가 없는 마을은 잘 되지 않는다는 사례를 발견하였다. 내무부의 시멘트사용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보고하여 새마을운동 지침이 하달되고 본격적인 새마을운동은 불이 붙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5,000여 년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1971년 9월 파주군 내무과장으로 발령이 났다. 제일 처음 개최되는 남북적십자 회담을 위하여 통일로 주변 정비 사업을 담당했고 파주군의 새마을 운동을 주관하는 담당과장으로 일을 했다.
1973년 봄 조리면 뇌조리 마을 앞으로 공능저수지에서 내려오는 하천이 있는데 넓이가 약 50m 정도로, 농산물 운반이나 장마철이면 큰 불편을 주어 농사를 위한 다리를 만드는 것이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 총회를 열고 시멘트와 철근을 면을 통하여 지원받기로 하고, 새마을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결의하였다. 농사철이 돌아오기 전, 이른 봄 추위도 가시기 전에 주민들이 총출동하여 터를 파고 철근 배열은 기술자의 힘을 빌어서 배열하고 시멘트 공사를 했다.
공사를 한지 20여 일 정도 지났는데 주민 다수가 그만한 시간이면 시멘트가 양성이 되었을 것 같으니 농사철 돌아오기 전에 다리공사를 마무리 짓자고 무리하게 4월 중순경 다리 거푸집을 제거하기 위하여 망치로 다리위에서 치는 순간‘우두둑’소리와 함께 다리가 무너졌다. 다리 위에서 작업하는 사람 대다수가 다리 무너지는 반대쪽으로 뛰어내려 무사했으나 마을 주민 중 조동휘 한분만 쓰러지는 쪽으로 뛰어내리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시멘트에 깔려 숨졌다. 추위에 시멘트 양성이 덜 된 것을 모르고 망치로 거푸집을 치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조리면에서 사고의 보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보니 시멘트 다리는 완전히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고 시멘트 밑에는 사람이 깔려 있는데 인력으로 발굴할 수 없었다. 미군부대의 대형 크레인을 지원받아 철근을 끌어내는 데 철근만 딸려 나오고 시멘트는 그대로 있었다. 할 수 없이 인력으로 시멘트를 걷어 올리는데 장시간이 걸렸다. 새마을 사업을 하다 사고가 났기 때문에 새마을 지도자 장례식으로 치르도록 유족과 합의를 하여 장례 날짜를 정하고 전 지도자에게 통보했다.
장례식 날 그의 부인이 시체를 껴안고 장례를 못 치른다고 고집하여 새마을 지도자를 비롯한 읍·면장 유지들은 그대로 돌아갔다. 다시 유족과 협의하였으나 부인이 남은 자식은 어떻게 살라고 보상도 없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도와드릴 수는 없지만 군청에서 일부와 새마을 지도자의 협의를 거쳐 일부 지원하기로 하고 자식의 취직은 군청에서 책임지기로 합의를 보고 5일장으로 가족만이 참석하는 장례식으로 했다.
새마을 사업으로 귀중한 목숨을 잃었으니 다리 이름을‘동휘다리’로 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런데 가족이 반대하였다. 다리 이름만 보면 남편 생각이 나기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다. 졸지에 남편을 잃고 마지막 떠나는 남편의 관에 매달리며 애처롭게 통곡하던 부인과 취직을 시켜준 아들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몸부림치던 부인의 모습이 가슴과 머리에 아른거린다.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