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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부부 자전거 사랑?

-파주이야기 이기상-

한 여름의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아침에 곡릉천에서 조깅하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70대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운전하고  할머니가 뒷 좌석에 앉아서 올라 오고 있었다. 노 부부가 이른 아침에 다정하게 자전거 타는 모습에 감동하면서 지나쳤다.

막 지나친 순간에 자전거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뒤 돌아 보았더니 방금 마주친 노부부가 탄 자전거가 제방으로 올라 가는 도로에서 넘어진 것이다. 아마, 갑자기 좌회전 하면서 중심을 못잡아 뒷 자리에 앉았던 할머니와 함께 자전거가 넘어진 것 같다.

커브를 도는 도로라서 할머니가 심하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쓰러진 할머니는 운전하신 할아버지에게 갑자기 회전할 것 같으면 미리 말을 해야지라고 불평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쓰러져 있는 할머니는 놔두고 무심하게 자전거만 세워서 혼자 제방으로 올라 가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고 할머니는 혼자 일어서서  제방으로 올라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50여미터 정도 지나고 나서 노부부의 행동이 궁금했다. 제방 위를 보니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끌고 할머니는 그 옆에서  사이좋게 걷는 것이 보였다. 조금전에 급회전 하면서 할머니가 뒤로 넘어진 사건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장면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평상시 두 노인이 금슬이 좋은 사이여서 그 정도의 사건으로는 싸우지 않거나, 워낙 할아버지의 성격이 무심해서 할머니가 다 이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70대 넘는 노인들은 조선시대부터 내려 오는 유교적 생활에 익숙해 있다. 오래된 ‘남존여비’의 뿌리 깊은 의식이 할머니가 넘어져도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갈 길을 가게 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내려오는 가치나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에베르트 산이 있는 네팔에서는 생리기간 중인 여성을 격리하는 ‘차우파디’ 관습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이런 악습을 막기 위해 네팔 의회에서 최고 징역 3개월이나 3만원 정도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법률을 통과 시켰다고 한다.

 지금 시대는 보통 ‘여성상위’ 시대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시댁보다 처가집 근처로 이사를 가고 장인장모와 더 가까이 지낸다. 아침 식사도 남자가 준비하거나 아예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을 한다고 한다. 반세기 이전만 해도 남편에게 따듯한 밥을 차려 주어야 한다는 원칙은 사라진지 오래된 것이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되는 가운데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와 함께 살아 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달라 지는 것에 대하여 서로 공감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노인이 넘어진 상대방에게 손길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지적하기 보다는 내가 달려 가서 도와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지금 세대는 다음 세대에 또 하나의 과거가 되고 지금보다 더 변화가 심한 시대가 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생활화로 우리의 가치나 이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더 따듯한 마음에서 공감하는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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