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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의 소주 한잔에 밴댕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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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의 소주 한잔에 밴댕이회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57화-

1978년 파주 부군수에서 강화부군수로 전근을 갔다. 강화군은 파주군의 일에 비하면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을 추곡수매 할당량 목표를 위해 서도면에 독려 차 산업과장이 출장을 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산업과장의 출장권유에 동의했다.

강화군은 추곡수매 목표량 달성에는 문제가 없는 지역이었다. 강화군의 큰 부자인 윤철상 씨가 염전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일부 염전만 남겨 놓고 논농사로 전환했기 때문에 몇천 가마라도 강화군의 목표량이 부족하면 늘 충당해 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윤철상 사장은 일년 간 수고했다는 뜻으로 전 공무원(군청, 경찰서, 우체국)에게 소금 한 가마씩을 주어 1년 내내 잘 먹은 기억이 새롭다. 군청에서 서도면을 가려면 27톤급 마니산 행정선을 타고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가는 도중에 해안경찰서 검문소가 있어 그곳에 들러 신고를 하고 격려금을 주고 가는 것이 군청 간부들의 통상적인 예라고 하였다.

나는 그렇게 했다. 서도면은 두 개의 부락밖에 없고 논농사도 별로 없다. 산업과장이 출장을 권유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부군수님이 처음 가는 것이니 과장 3인이 동행하겠다는 것이다. 추곡수매 출장은 명분뿐이고 돌아오는 길에 해안가에 정치망 어부에게 마니산 선장이 마이크로“거기 먹을 것 좀 있소?” 하고 부르면 어부는 잡어를 갖고 쏜살같이 달려와서“별로 없습니다.”하면서 밴댕이, 새우, 숭어새끼 돔 등을 내려놓고 불평 없이 수고하라고 돌아간다.

불평이 없는 이유는 봄철 고기 잡는 시기가 되면 해경과 군청의 마니산 행정선이 합동으로 경비를 담당하여 자기를 보호해 주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니산호가 바닷물 흐르는 대로 따라가도록 배의 발동을 끄고 어부가 가져온 잡어로 밴댕이회, 새우, 숭어새끼, 돔 위에 소금을 뿌려 굽고 배 위의 소주 한잔은 천하의 일미인 것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설명해도 모를 것이다.

바다 위의 술은 얼마를 마셔도 취하지를 않는다는 것을 육지의 촌놈은 몰랐다. 석양이 산 중턱에 걸쳤다가 바다로 숨는 것을 보고 육지에 오르니 술이 취하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없다. 밤새도록 잠을 못 자고 절절매던 생각이 난다.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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