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 년 –
‘시대의 등불’이었던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 민주화운동 선구자였던 장준하 선생을 처음 관심있게 마주했던 것은 2000년대 초였습니다. 당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고, 언론에서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파주 광탄면에 선생의 묘소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였지요. 그러나 격무에 시달리는 중앙부서 일이 시작되며 선생의 위대한 기억들은 점점 엷어져 갔습니다. 심지어 제가 사는 터전의 바로 옆인 탄현면 성동리로 장준하 선생의 묘가 이장되고, 추모공원까지 조성되었음에도 방문 한번 못하다니…… 혼자 ‘파주순례’를 시작하며 처음 찾은 곳이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 의로운 기상을 기리는 ‘장준하공원’이었습니다.
공원을 찾은 어제, 두 분과의 뜻 깊은 만남이 있었죠. ‘아! 장준하 구국장정 6천리’를 마치고 공원을 정리 중이던 (사)장준하기념사업회 권태운 사무총장님과 장준하 선생의 자취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이용남 사진가님입니다. 권태운 사무총장님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임에도 잠시 일손을 놓고 친절하게 이곳 저곳을 안내해 주시고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셨죠. 이용남 사진가님과의 만남도 극적이었습니다. 파주시 경계에 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장준하 선생의 ‘새긴돌’과 ‘시비(詩碑)’를 추적하고 있었는데 어느 시민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바로 오늘 새벽 동해시로 소재파악을 나서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선생을 난생 처음 참배한 날, 예상 못한 만남과 뜻밖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다니….. 선생에 대한 미안함과 파주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야만과 불법과 불의가 넘쳐나는 시대를 온 몸으로 항거하며 시대정신을 되살리고자 했던 장준하 선생….. 역사의 땅 파주에 영면해 있는 선생이 유독 생각나는 것은 현재의 시대상황이 주는 어려움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선생과 함께 ‘유신헌법 개헌청원 백만인 서명운동’을 펼친 김동길 박사님은 작년 한 칼럼에서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한 평생 산을 잘 타기로 소문났던 장선생이 높지도 않은 산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다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국회차원에서 다시 진상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니 이번만큼은 반드시 무엇이 진실인지 제대로 밝혀지기를 소망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용남 사진가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선생의 ‘새긴돌’과 ‘시비’를 찾았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이렇게 바른 역사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힘이 더해질 때 더 빨리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는 토요일 8월 17일 11시, 그림으로 표현된 이 공원에서 선생의 44주기 추모식이 진행됩니다. 구석에서 조용히 선생의 뜻을 기리며 저 또한 한평생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겸허하게 헌신의 길을 가겠노라고 다짐하렵니다.
※ 제가 ‘파주순례’에 나서기로 마음 먹은 것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습니다. 직접 증정해 주신 최종환 파주시장님의 저서 ‘파주 인문학 산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인문교양서이자 파주 사랑이 듬뿍 담긴 애향서입니다. 순례기간 동안 항상 소중히 곁에 두겠노라는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글 쓰고 그림 그린 날 / 2019년 8월 15일 74주년 광복절
- 이 그림은 ‘인스타그램’에 동시 연재 중이며, ‘다온숲카페’에서 판매하여 전액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