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 년 –
‘사심가득’ 서른한번째 이야기로 한국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올렸는데 인스타 친구님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영화포스터’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2004년에 개봉한 ‘아라한 장풍대작전’입니다.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있을 것 같군요.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류승범, 윤소이 주연의 판타지 액션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코믹연기의 절정을 보여준 배우 류승범은 류승완 감독의 친동생이지요. 예측불허 열혈순경과 절대 내공을 가진 생활도인들이 힘을 합쳐 절대악으로부터 세상을 지켜낸다는 스토리입니다. 영화 구조는 단순합니다만 류승완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와,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힘, 탄탄한 연출력이 조화를 이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도 성공을 거둔 영화입니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 영화채널에서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방영해 주곤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허무맹랑한 무협 액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을 평화롭고, 조화롭게 이끄는 것은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은 수많은 생활의 달인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도 하지요.
영화 포스터 장면을 찍기 위해 아라치 안의진을 연기한 배우 윤소이가 올림픽대로 가로등에 직접 올라가 찍었다고 하여 당시 화제가 되기도 하였죠. 물론 와이어에 의지해 촬영했습니다만, 손쉬운 포토샵을 쓰지않고 사진의 현장성과 디테일을 살리고자 했던 제작진의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평소 아르바이트를 뛰며 가족들을 부양하는 윤소이가 석양을 배경으로 절대악과 싸우기 위해 가로등에 올라 전방을 응시하는 이 장면이 나에겐 아주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히 어우러진 매력적인 구도가 제겐 참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팍팍한 현실에만 갇혀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가끔 환상에 젖어보는 것도 인생을 매우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답니다. 지금도 여의도 63빌딩 앞 올림픽대로를 지날 때면 가로등을 올려다 봅니다. 배우 윤소이씨가 저 가로등 위에 올라 전방을 응시하며 세상의 절대악과 일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아서요. 세상에 절대악은 언제나 존재하니까요. 그나저나 저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언제 철이 들려는지 참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