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 년 –
“주로 일을 시키기 위하여 기르는 소”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일소’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게 소는 단순히 단어 하나로 정의 내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도 함께 하고, 때론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을 주었던 소는 그냥 우리의 가족이었으니까요. 순박한 눈빛과 선한 품성, 잔꾀를 부리지 않는 우직한 성품은 우리 민족성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어릴적 기억에 남아있는 우리집 소도 그러했죠. 어머니가 끼니를 준비할 때 아버지와 나는 여물을 썰었고, 밥을 지을때 쇠죽을 함께 쑤었습니다. 밥 먹기 전에 먼저 여물통에 쇠죽을 가득 부어주는 것이 당연한 일과였습니다. 겨울에는 행여 추울세라 덕석을 씌어주면 소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고마움을 표시하곤 하였습니다.
최근 어느 식당에서 오래된 ‘일소’의 흑백사진을 마주하곤 가슴이 먹먹해져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20여년전 파주 광탄면 발랑리 농가에서 촬영한 이용남 사진가의 사진은 그 어느 대하소설보다 깊고 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 소의 모습에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이웃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 하였습니다.
재주가 부족하여 화폭에 그대로 옮기지 못하는 제 자신을 한탄해 보며, 사진을 그리도록 허락해 주신 ‘일소’를 닮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용남 선생님께 지면으로나마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