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 년 –
내 건물이, 내가 사는 집이 아니지만 웬지 정감이 가고 기분이 좋아지는 곳, 마음 편한 곳이 있습니다. 파주 헤이리에 있는 ‘커피공장103’이 제겐 그런 곳입니다. 흔히 SNS 소개 글과 사진을 보면 맛과 분위기가 어떠니, 서비스가 어떠니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이 곳은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곳입니다.
건물에 들어서면 코를 행복하게 해주는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이 좋고, 특히 3층에 ‘헤이리시네마’라는 소극장이 있어 마음을 뿌듯하게 해줍니다. 도심이 아닌 탄현면 동네에 극장이 있다는 것이 공연히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지요. 2층에 온돌방처럼 만들어진 공간은 우리 아이들이 좋아해 가끔 애용합니다.
제가 귀동냥으로 전해들은 바로는 서양화가이기도 한 사장님이 10여년 전에 지금 건물 앞 조그만 가게에서 원두커피 샵을 시작했다고 해요. 출중한 실력으로 빚어낸 커피제품들이 인기를 끌게되어 현재의 3층 건물로 확장 이전하였다고 합니다. ‘103’은 그 당시 가게의 건물번호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실 이곳에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때 이렇게 문화공간과 쉼터를 갖춘 멋진 건물을 꿈꾼 적이 있었거든요. 이런 저런 이유로 이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좋은 것, 필요한 것이 꼭 내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쉬움을 달래주는 대리만족을 주신 이름 모를 사장님께 기회가 되면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혼자 피식 웃어 봅니다.
- 이 그림은 ‘인스타그램’에 동시 연재 중이며, ‘다온숲카페’에서 판매하여 전액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