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네틱스 반도체 공장이 준공되기까지
– 나는 파주인이다 / 송달용 前파주시장 회고록<제8화>-
어느 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찾아와 법흥리에 만수농장 2만여 평이 있는데 그곳에 공장건설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러 왔다. 공장입지 조건만 맞으면 공장허가를 해주겠다고 하고 관계 국장에게 허가할 수 있도록 검토하하고 했다.
그곳은 공장입지 조건은 가능하나, 군사시설보호법에 의한 군사동의가 필요한 지역이었다. 군부대에 협의를 요청한 결과, 작전에 지장이 없다는 알림이 와서 공장허가에 필요한 관계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토록 하였다.
공장은 바닥 면적이 3,000평으로 3층 건물이며, 반도체 제작회사였다. 교하에 유치한 모토로라와 공장규모도 같고 공장제품도 거의 같았다. 공장허가 조건을 충족시켜 허가를 해주었다.
공장이 거의 완료단계에 이르렀을 무렵, 문화재청에서 장능 경계선에서 20m가 떨어져야 하는데 5m정도밖에 안 떨어졌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서 확인하니, 만수농장 또한 역으로 문화재청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였다.
이 땅은 문화재청이 매각한 토지로 개인 소유가 된 땅이었다. 그런데 장능 경계로부터 20m의 간격을 두라고 한다면 개인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한 처사였다.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를 보호하는 차원이라면 개인에게 매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고 개인에게 분양해서 토지대금까지 전액 수령하고 개인 소유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옳지 않았다. 경계선 또한 이동할 수가 없다고 항의를 하였다.
실무자 측에서는 나중에 문제가 되면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할 터였다. 이에 문화관광부에 근무한 적이 있고, KBS와 MBC 청주방송 사장을 지낸 이달형 선배에게 부탁했다. 이달형 선배는 문화재청 기획관리실장을 초청하여 사실 이야기를 하고 실무진이 혹시 문제를 제기하면 잘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든 일이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큰 건물을 건립할 때에는 환경 영향평가가 아니라 다른 곳에 환경의 지장 여부를 확인하는 환경평가를 사전에 서울지방 환경청장에게 심의를 거쳐야 했다. 실무진도 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이 진행되었고 안산시에 있는 서울지방 환경청에서 환경심의를 받지 않았다고 위법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춘기 환경과장이 사무실로 찾아가 사정을 하였더니, 담당계장도 이해를 하고 처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과장이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으므로 불법이라 승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안산시에 있는 서울지방 환경청을 찾아갔다. 실무과장이 잘 몰라서 사전승인을 받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담당과장도 안 된다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고자세로 거부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하급기관에서 잘못을 했으면 상급기관에서는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지도를 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선처를 부탁했다.
과장은 무조건 안 된다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 화장실에 갔거니 하고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갈 겸 바깥에 나갔더니 과장이 복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과장에게 사무실로 들어가기를 권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이럴 수가 있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전화로 이야기해도 될 것을 예의를 지키기 위해 기관장으로서 바쁜데도 찾아온 것임을 그는 헤아리지 못했다.
잘못된 것에 대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담당 공무원으로서 도리가 아닐 뿐 아니라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상급기관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공무원끼리도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데, 민간인에게는 더할 것이 아니냐고 했다. 대우는 못할망정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를 했더니 담당과장은 한참 있다가 죄송하다며 검토하겠으니 돌아가라고 했다.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나와 국장을 찾아갔다. 그간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과장이 결재를 하면 자기도 동의한다고 했다. 그래도 믿지 못해 청장을 찾아가서 부탁을 했다. 밑에서 보고가 올라오면 승인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울지방 환경청장으로부터 승인이 났고 시그네틱스 공장건립은 준공 처리가 되었다. 또 하나의 큰 반도체 공장이 파주에 들어선 것이다.
<자료파일 제공 : 도서출판 헵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