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입구 분식집에서 난 불 구경을 하고있었다. 사람들 틈에 끼어서 불 구경을 하고있는 그를 봤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웃었다 나를 알아보고 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그렇게 눈이 마주칠때마다 웃었던것 같기도 하다.
지난 겨울 회사를 그만둔 나는 동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며칠째 추위가 계속되고 있었고 추운 날씨 탓일까 하루 종일 한가했고 거리는 한산했다. 할일 없이 가게안을 어슬렁거려 보기도 하고 밖을 내다 보면서 십분에 몇명이나 지나가나, 남자는 몇명 여자는 몇명 길 건너 약국에는 세명이 들어 갔는데 빵먹는 사람보다 약먹는 사람이많은건가? 등등….
그렇게 쓸데없는짓을 하고있을때 그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어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와 수줍은듯 한번 웃고는 가게안을 한바퀴 돌고 몇개의 빵을 고르고나서 만원짜리 한장을내밀던 그의 세련되지 못하던 모습을….
다음날 비슷한 시간 그가 다시 나타났다 쭈뼛쭈뼛 내앞으로 다가오더니 천원짜리 몇장을 나에게 내밀었다.
거스름 돈이 잘못되었다는것이다 몇개의 빵을 팔면서 몇천원씩이나?
그가 그렇다니 그렇겠지 생각했고 추운데 고마운 마음에 몇개의 빵을 그에게 건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것이라는것을 알지못하고 … .
다음날 그가 또나타났다. 어제처럼 천원짜리 몇장을 들고 그는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내가요 신경이 예민하거든요 집에가서 계산을 해보니 계산이 안맞는거예요 밤을세워 계산했는데….. 저는신경이 몹시 예민해서 이돈을 안받으면 오늘밤도 잠을 잘수가없어요”
그는 돈을 내손에 쥐어주고 황급히 가게를나갔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저사람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그는 나타났다. 언제나 같은말 같은행동 신경이 너무 예민해서 돈을 받지않으면 밤새 잠을 잘수없다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고있었고 그가 나에게 갖다 준돈이 몇만원을 넘고있었다.
이제 신경이 예민한건 그가 아니였다. 그가 나타날 시간이 되면 내신경이 예민해졌다. 화도내고 모른척도하고 설득도 해봤지만 소용이없었다. 그는 돈을 받을때까지 몇시간이고 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열흘쯤 지났을때 아주머니 한분이 가게로 오셨다 그남자의 어머니라했다 이제 이지겨운 상황이 끝나는건가? 자연스럽게 그아주머니의 넋두리가 시작됐다.
우리에게 갖다준 돈은 작은금액에 불과하고 그동안 그남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갖다준 돈은 집한채값이 넘는다는 과장된 하소연을 몇십분이나 들어야했다. 너무똑똑하고 잘난아들이 처음으로 들어간 직장에서 계산착오로 엄청혼나고 모자라는 금액을 찾느라 며칠밤을 새운후 나타난증상이며 집에서 놀면서 남들에게 돈을 갖다주기 시작한게 십년이 넘고 있었다고했다.
돈을 모았다 주는 사람은 그리많지 않았고 내게 고맙다면서 내일부터는 못오게 하겠다는 약속을하시면서 그돈으로 빵을 사가셨다. 저분은 아들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저얘기를했을까를 생각하니 하루 종일 심란했다.
다음날 집안일로 늦게 출근했다. 빵집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 보고있는 그를 봤다. 모른척하고 가게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떨고있었다. 삼십분이 지나고있었다. 밖은추웠다. 하지만 이싸움을 끝내야한다. 내 온신경은 그에게 가 있었다.
빵을 사가지고 나가는 손님하나가 자동차에 타려고 할때 그가 그사람의 어깨를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갔다.
추위 때문인지 아님 처음 본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했다. 잠깐만 제얘기를 들어주세요로 시작된 그의 말은 언제나 똑같았다. “제가요 신경이 몹시예민하거든요 내가 이가게에서 빵을샀는데 계산이 안맞는거예요 밤새 계산했는데”…..
말도 안되는 계산법을 들먹이며 그사람을 붙잡고있었다 추위에 그의 말을 들어주는 그사람한테 내가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내가 잘못봤나? 그가 나를 보고웃었다.
그러더니 “내가 지금 선생님을 붙잡고 얘기를 하는동안 선생님 차의 시동이 계속켜져있었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기름값이 사천원어치 정도가 들어갔군요. 내탓이니 이돈을받으십시요. 안그러면 밤새 잠을 잘수없습니다. 제가 신경이 예민해서요” 이렇게 말한 그는 천원짜리 몇장을 그의 손에 쥐어주고 도망치듯 그곳을 떠났다.
그것이 그겨울 내가 그를 본마지막 모습이였고 겨울이 가기전에 그 빵집은 문을 닫았고 내 짧은 아르바이트는 끝이났다.
작가 인송( 파주읍 출신)
‘신경이 예민한 남자’는 재미있는 소재이다. 요즘 거대한 조직에서 극히 미미한 개인으로 사회생활을 연명해 가는 현대인들의 정서를 꽁트로 엮었기 때문이다. 인송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많은 글을 써왔다. 여성 작가로서 약자이기도 하고 부족한 사람들을 섬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송작가는 최근에는 파주이야기에 ‘한 잎의 여자’와 ‘그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에 이어 세 번째로 작품을 발표하였다. 작품들이 주로 꽁트 형식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작기이기도 하다
꽁트는 200자 원고지 5장 정도에 해당하는 짧은 소설로서 인생의 단면을 예리하게 그리거나 대상을 풍자할 때 많이 쓰여진다. 그래서 가독성은 매우 좋지만 분량이 적어 좋은 글을 쓰기는 상당히 어려운 편에 속한다고 한다.
오늘 살짝 내린 눈발이 이글을 더욱 맛나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