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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땅굴, 안보의 현장이 관광지로-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14화-

pajuin7

제3땅굴, 안보의 현장이 관광지로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제14화>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6.15 공동성명에 따라 50년간 단절되었던 녹슨 경의선 철도가 문산에서 개성구간까지 연결되었다. 임진강역과 도라산역이 새롭게 건설되고, 남북경제협력으로 개성공단이 조성되었다. 또한 미국 부시 대통령이 분단된 한국의 현실을 보기 위해 도라산역을 방문하는 등 세계의 이목이 분단된 한국에 집중되었다. 잠잠하고 적막했던 민통선 북방 지역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국제 정세와 국내 정세의 여러 가지 흐름을 감안해, 정부는‘제3땅굴’과‘도라산전망대’를 개발하여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자는 방침을 내세웠다. 개발사업의 주체는 국방부가 담당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제외하도록 하였으나 국방부로서는 직접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재향군인회로 하여금 개발토록 사업 전체를 위임했다. 재향군인회와 국방부 실무진이 현지를 확인하고 파주시청에 와서 개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나는 제3땅굴과 도라산전망대는 언제고 관광지로 개발될 것이란 생각으로 이미 개발용역을 주어 기본계획을 수립해 놓았다는 사실과 용역내역에 대해 설명했다. 1단계는 제3땅굴을 정비 개발하는 것이고, 2단계는 도라산전망대를 개발하는데 63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무단들은 귀청(歸廳)후, 파주시청이 참여하지 않으면 도저히 개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상부에 건의했고 파주시와 재향군인회가 합동으로 개발하도록 방침이 변경되었다.

재향군인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재향군인회는 행정력이나 자본이 없으니, 파주시에서 개발하되, 재향군인회 측에 관광수입의 일정 지분을 달라는 내용이 나왔다. 이 부분에 있어 확실한 업무분장을 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면,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문제와 분쟁이 발생할 것은 자명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첫째, 파주시에서는 개발에 필요한 모든 예산을 부담하고, 관광수입은 파주시의 수입으로 한다.

둘째, 운영주체는 파주시가 된다.

셋째, 재향군인회는 출입인원의 통제를 담당하며, 출입인원의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재향군인회에서 책임을 진다.

넷째, 그 대가로 파주시는 재향군인회에 월 2,000만 원을 지불한다.

다섯째, 재향군인회는 파주시의 땅굴운영에 대하여 하등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위 파주시 의견에 재향군인회의 회답을 요구했다. 사실, 재향군인회에서는 아무런 투자 없이 출입통제 하나만으로 연 2억 4000만 원의 짭짤한 수입을 보장받는 것이었다. 며칠 후, 파주시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재향군인회 측의 통지가 왔고 파주군과 재향군인회, 이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1570부대장(1사단)은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육군1570부대는 파주군과 재향군인회가 협약운영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작전상황 및 부대여건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민북지역 관광사업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3자간 협약서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다음 문제는 개발자금을 어떻게 조성하느냐는 것이었다.

2001년 12월 중순경, 임창렬 경기도지사가 파주시를 방문하였을 때 지사님에게“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어 외국 관광객이 경기도의 관광지를 소개해 달라고 하면 지사님은 어디를 소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도지사는 한참 있다가 용인의 에버랜드공원을 소개하겠다고 답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에버랜드와 같은 공원은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에게는 한국의 분단현실인 DMZ와 제3땅굴 같은 곳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의 분단현실을 알고 남북통일에 관심을 가지며 음으로 양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제3땅굴 개발은 국방부와 합의를 보아 파주시가 개발하기로 하였고, 우선 개발비로 40억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지사님께서 지원하여 주시면 2002년 6월 2일, 월드컵 개회식 전까지 개발을 완료토록 하겠습니다.”제3땅굴 개발에 따른 기본계획을 도면으로 보고하는 일도 나는 잊지 않았다. 도지사는 좋은 생각이라며 19억 원을 지원했다. 용기가 났다.

2001년 12월 말까지 실시설계를 완료하도록 하고 시급을 요하는 사업이라 공개경쟁으로 업체를 선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분야별로 전문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2002년 5월 30일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사업을 완료할 것을 목표로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사님이 지원한 사업비로는 역부족이었다.

전전긍긍 고심을 하고 있는데, 이근식 내무부장관님이 재래시장 방화대책 점검차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다가 금촌시장으로 장관을 안내했다. 금촌 재래시장을 점검 한 후에 내무부 장관님께“지금‘남북 6.15 공동성명’이후, 남북 간에 경의선 철도 연결공사가 한창이고, 도라산역 역시 건설 중에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니, 장관께서도 한번 현장방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하였다.

그러나 그날은 장관의 다른 일정 등으로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내무부장관은 다음 월요일 간부회의에서 총무과장에게 남북 간 철도연결공사 현장에 가는 계획을 수립하고, 가급적 부서장들도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부서장 30여 명이 버스 한 대로 현장시찰을 왔다.

도라산전망대에서 도라산역 공사와 DMZ내 철도 연결공사 추진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도라산전망대로 안내했다. 철도 연결공사의 추진 상황을 보고하고, 2002년 월드컵 관광객에게 한국의 현실을 알리려면, DMZ와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를 재정비하여 선보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현재 사업자금이 부족하니 교부세 30억 원을 지원하여 달라고 건의했다.

장관은“돈을 달라고 나보고 현장에 와보라고 했군”농담을 던지며 내게 핀잔을 주었으나 귀청 후에는 14억 원을 지원하여 주었다.

홍보관 내에 6.25영상관과 6.25기록관, 50년 동안의 DMZ의 생태를 볼 수 있는 여러 개의 TV를 발아래에 설치도 하고 땅굴로 내려가는 통로에 폐타이어 조각을 깔아 놓은 것을 제거하고 땅굴 끝에 승강장에서 내려갔다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돌을 깨어 환승장을 만들었다.

1회에 30여 명이 탑승하여 300m 지하를 7분에 갈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하고 화장실에는 난데없지만 2002년 월드컵의 공식공 피버노바(Fevernova)를 설치했다. 월드컵에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상징하기 위하여 월드컵 공을 설치한 것이었다. 그리고 남북통일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설치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편의시설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조건이 좋지 않아 사업진도 또한 뜻대로 나가 주지 않았지만 공사를 맡은 업체 사장도 현장 근무를 하면서 촉구했고, 공사 인부들 또한 간식시간도 없이 열심히 작업을 했으나 5월 30일까지는 도저히 준공처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다들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끝에 결국 해냈다.

준공식 3일전 부터 전 직원을 총 동원하여 작업장 정비와 청소를 하고 준공식 때 사용하기로 한 꽃 심기는 화분을 그대로 설치했다. 준공 당일 12시까지 청소차로 마무리 물청소를 했다. 그리하여 오후 2시에 이근식 내무부장관과 임창열 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에 역사적인 준공식을 성공리에 마쳤다. 미국 부시대통령이 역사적인 도라산역을 방문하였다.

이후에도 걸어서 내려가는 땅굴을 추가로 뚫어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하는 등 많은 보완투자가 이뤄져서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며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 관광지로 파주는 거듭나고 있다.

2013년에는 누적 관광객 500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해 시의 관광 수입도 연간 32억 정도로, 짭잘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제3땅굴은 남북관계의 특수한 상황이 궁금한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었다. 이런 파주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통일에 힘을 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끝으로 이 글을 빌려 준공 때까지 007작전을 하다시피하며 애써 준 직원들과 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송기석 제1사단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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