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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을 위하여-윤인자

조용필을 위하여…

<2003년 9월에>

아주 오래 전 조용필에게 가졌던 나의 한심하고 어리석었던 생각하나.
그의 노래를 좋아했다. 그의 노래 속에는 철학이 있어서 좋았다. 아무튼 내가 가장 많이들은
가수의 노래고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가수의 판이고 또 가장 많이 부른 노래가 그의노래다.

“바람처럼 왔다간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갈길 잃어 서성이는 내 이름은 구름이여.
내 영혼이 머무는 곳에 행복한 너는 나를 잊어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구름은 바람 따라 흐르고..그 밖의 많은 노래들
유행가라기보다는 차라리 한편의 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를 좋아한다고 떠들어 본적도 없고 그의 콘서트에도 한 번 간 적 없고 그에게 팬레터
한번 보낸 적이 없다. 오래 전 어느 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는 연예인이나
드라마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녀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돈을 많이 벌어야 할 것 같다고.. 왜냐고 묻는
그녀들에게 조용필을 위해서라고… “조용필을 모두들 국민가수라고 하잖아,
말하자면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가수라고 생각해 그런사람은 잘 살아야하고 꼭 그래야만 되는데
그런데 만약에 그 사람이 나중에 나이 먹어서 인기도 없어지고 병들고 돈도 없고 그렇게 되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니

왜 그런 사람들 몇명 있잖아 운동선수나 영화배우, 탈렌트중에 우리나라 정부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살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그러니까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그 사람이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내가 조용필이 노후를 편하게 살수 있도록 도울꺼야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어 “. 그녀를 모두 나를 한심한 듯이 쳐다보면서 웃었다.
후배 하나는 ” 언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하늘이 무너져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언니나 잘 살아” 하지만 그때 나는 그의 노래를 들을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재미교포 사업가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었다.
교포 사업가면 돈도 있을 거고 결혼을 하면 아이도 생길 거고 등등 그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정말 내가 걱정 안 해도 잘 사는구나..
그리고는 또 다른 걱정거리를 찾았다.

세월은 너무도 많이 흘렀다. 사는 것이 빡빡하고 고달퍼서 편히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남의 걱정을 할만큼 여유롭지도 않다. 이제 그의 노래는 노래방에 가서나 가끔 부른다.
나이를 먹어 버린 지금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슬프다.옛날에 느꼈던 그런 것과는
또 다른 그런 슬픔… 추석연휴 TV 한 채널에서그의 콘서트 녹화방송을 봤다.

그는 여전히 노래를 잘 부르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에게 열광하고 또 많은 돈을
불우이웃 성금으로 내놓고 …옛날과 변함없이 잘살고 있었다. 후배가 했던 말처럼 .
하늘이 무너져도 그런 일은 없을 모양이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난하고
돈도 못 벌고 옛날과 같은 감상적인 걱정을 할만큼 순수하지도 않고…
너무도 한가한 추석연휴 텔레비젼을 보면서 옛날에 이런 어리석고
한심한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봤다. 그때 내가 했던 걱정거리는
그런 추상적인 것 뿐 이었다는 것과 함께… .
올 가을에는 그가 발표한 신곡을 하나 구입해야겠다.

p.s:일년 전 오늘..

윤인자(파주)
파주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