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오후에
어항 속의 열대어 몇 마리가 한정된 공간에서 한가로이 반복 운동을 즐기고 있다.
한 동료직원은 책상에 엎드려 오수를 즐기고 있는 무섭도록 조용한 토요일 오후의 사무실이다.
많은 민원인들의 발길이 멈추었고 동료 직원들은 썰물처럼 퇴청해 버린 토요일 오후의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본다.
파이자료모음 |
오전에는 대회의실에서 0 계장의 명예퇴임식이 있었다.
나는 많은 하객사이에 앉아 퇴임식을 지켜 보았다.
가족 친지 그리고 많은 동료 직원들이 참석했다.
나는 잠시 전면에 앉은 0 계장 내외의 마음을 읽어 보았다.
명예라는 퇴임식 수식어에 대해 순간적으로 야릇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명예,희열, 허무, 허탈…’ 많은 단어들을 읽어 낼 수 있었다.
감사패와 기념패 전달에 한동안 이어졌고 틀에 박힌 인사말들이 있었다.
나는 덧없이 빠른 세월의 흐름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변함없는 동료애를 한 아름 묶어 드리고 싶었다.
나는 곧 잘 미완성이라는 단어를 음미하곤 한다. 완성이 완벽이라는 말은
인정이 메마른 기계적인 말이어서 싫다. 정년을 앞둔 명예퇴임도 역시 미완성이다.
후배를 위하여 용퇴하기로 마음을 비운 0 계장의 경우는 그래서 더욱 뜻이 깊다.
나는 언제인가 상사에게 항변하여 ‘답답한 사람’이라는 꾸중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상사의 위치에서 결정딘 판단은 항상 합리적이고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답답한 분위기가 이제 와서는 상사의 고독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이해가 된다.
돌이켜 보면 상사의 지시가 불합리 하더라도 무조건 수용하려는 부하 직원의 자세도
답답하게 하고 일관성이 없는 피라미드식의 확산 지시도 부하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들 뿐이다.
또 상사의 지시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충분하게 말하고 분명하게 이해된 상황에서 지시가
수용되는 정의로운 공직풍토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
혼자만의 상념의 시간을 갖을 수 있는 토요일 오후…
어항 속의 열대어는 아직도 반복 운동을 즐기고 있다. 무섭도록 조용한 시간에
벽에 걸린 괘종 시계는 정확하게 여섯 번의 종이 울렸다.
나는 깜작 놀라 상념에서 벗어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 가수의 대중 가요처럼 ‘인생은 미완성’이란 말을 음미하며 사무실 문을 나선다.
<파주가족회보 1988년 5월호 중에서>
파주가족회보는 1988년 파주군 당시 공무원 모임에서 만든 월간회보이다.
손근(금촌) 현 LA거주 파주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