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위한 하나로 클럽 얼마나 도움이 되었나?
– 나는 파주인이다 / 송달용 前파주시장 회고록<제6화>-
공산품은 생산원가와 이윤을 합하여 판매 가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농산물은 생산원가나 이윤을 보태서 가격이 결정되거나 생산 농가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외부적 영향으로 가격이 결정될 때가 많다. 때문에 특수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을 제외하고는 계획 생산하여 농산물 가격을 농민의 의사에 따라 가격을 결정해서 판매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농민 단체인 농협을 통해 생산 농산물을 직접 판매한다면 농민은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중간 상인이 배제된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농협의 기본 정신이다. 그러면 농사를 짓는 보람을 가질 수 있고 어려운 농촌생활도 윤택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 조직을 갖추고 있는 농협중앙회에서 농민의 교육을 철저히 시켜 농산물을 상품화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런데 농협은 체계는 있으나 신용 업무에만 신경을 쓰고 농산물 유통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우리 파주만이라도 파주 농산물 직판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9개의 읍·면 단위 농업협동조합과 농협중앙회 파주지부와 협의 끝에 농산물 직판장을 건설하기로 하였다.
파주시는 조리면 장곡리 통일로변의 시유지와 부족한 직판장 부지를 매입하기로 하고, 아홉 개 읍·면 단위조합에서는 직판장 건립을 위한 자금을 각각 1억 원씩 도합 9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읍·면장과 단위 농협장은 자기지역에서 생산·판매할 수 있는 농산물의 품목과 생산량 그리고 생산 농가를 조사하여 판매될 농산물로 선정된 품목은 상품화되도록 포장 교육을 하고 농산물의 수집은 마을 단위로 시간을 정해 농협 차량으로 마을을 순회하면서 수집토록 하였다.
판매 금액은 납품 농민의 통장으로 입금하여 농민으로 하여금 필요할 때 인출 사용토록 하였다. 이러한 사업은 농업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인 공동생산 공동판매 공동구매와도 일치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 농민의 믿음과 참여 정신이 투철하도록 철저한 교육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의 이러한 계획을 농협중앙회 파주지부의 남궁육 지부장이 농협중앙회에 가서 파주시와 농협이 합동으로 농산물 직판장을 건립하기로 한 사실을 보고 하였다. 농협중앙회에서는 행정관청과 농협이 공동투자를 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모범사례로 보고 몇 일후 농협중앙회 이사가 찾아 왔다.
단위농협에서 투자하는 9억 원을 농협중앙회에서 대신 투자하기로 하고 파주시와 농협중앙회가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의해 왔다.
검토한 결과 파주 농민의 농산물만으로는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품목이 부족할 것 같아서 전국 조직망을 가진 농협중앙회와 같이 하는 것이 농산물유통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이 다른 지역까지 활성화된다면 전국 농산물 유통에 큰 역할을 할 것이고 농민소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주시와 농협중앙회는 다음과 같이 계약을 체결하였다.
첫째, 파주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최우선적으로 판매한다.
둘째, 농협중앙회에서는 직판장 건물을 건설하여 20년(1996~2016)간 운영하고 직판장 건물은 파주시에 기부 체납한다.
셋째, 직판장 건물은 준공과 동시에 파주시 명의로 등기한다.
넷째, 파주시의 농산물 이외의 부족한 농산물은 전국의 농업협동조합 농산물로 조정 유통한다. 농산물의 판매량이 일일 2,000만 원정도만 되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판장 개장 당일 5,000만원 상당의 판매가 이루어졌다. 날이 갈수록 서울과 고양시의 시민들이 몰려와 일일 1억 원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파주 농산물은 처음에 쌀, 잡곡, 딸기 방울토마토, 배, 포도, 무, 대파, 수삼, 계란, 돈육 등이 출품되어 어느 정도 성공을 하는 듯하였으나 농민들의 상품 포장 기술이 부족하여 일반 채소류의 납품은 점차 적어지고 아직도 일부는 지속적으로 납품되어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2013년도까지 파주 농산물의 판매 금액은 27억 7,000원에 달하고 있다. 파주 하나로 농산물 판매장이 성공리에 운영되자 전국 각지에서 선진지 견학을 오는가 하면 농협 주도하에 하나로 농산물 판매장이 활성화되었다.
지금은 인구가 많은 일산 신도시에 대형 하나로 클럽을 건설하여 파주 하나로 클럽을 흡수하여 운영하고 있다. 파주 농산물 판매장을 개장한 지도 어언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가장 큰 자부심은 파주의 하나로 클럽을 통하여 전국의 농산물 유통이 활성화되었다는 점이다.
<자료파일 제공 : 도서출판 헵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