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뜬 날은 ○, 흐린 날은 ×
-송달용 전 파주시장 회고록 제38화-
1961년 5월 16일, 반공을 국시로 하고 가난을 벗어나자는 목표를 지닌 제 3공화국이 탄생했다. 정권은“국민의 의식구조를 바꾸려면 공무원의 의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전 공무원을 교육하기로 하였다.
각 도에 공무원 교육원을 신설하고, 부처나 직종에 관계없이 그 도에 소재하는 각급 기관의 6급 이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에 들어갔다. 교육할 교관은 6급 이상으로 구성하며, 각 도에서 선발된 교관은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2주간 교관 교육을 받고 그 교육 내용으로 도 소재 각급 기관의 전 공무원을 교육하라는 내각 사무처의 지시였다.
경기도에서는 6급 이상의 교관을 확보해야 했다. 6급 이상이면 계장급이었다. 이들은 나이가 많고 교육할 만한 자질도 부족하다는 판단에 경기도는 젊고 대학 나온 사람을 차출하기로 지사의 방침이 정해졌다.
5.16 혁명 전에는 계장과 차석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가 촉탁 임시직원이었고 5.16 혁명 후 촉탁 임시직원을 정식직원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도 자체에서 시험을 보아 합격한 사람은 정식직원으로 전환했다.
당시 박창원 경기도지사(육군준장)는 내각 사무처에서 지시한 교관 차출 방식을 어기고, 대학 졸업자로 시험에서 50등 이내에 든 사람 중 20명을 별도 선발해 그중 11명을 교관으로 임명하였는데, 직무실에서 지사가 직접 한 사람씩 면접을 보고 차출했다.
교관으로 선발되면 교사는 6급으로 새로이 직급이 분류되었다. 나는 교관으로 선발되어 9급 지방농업기원보 직급으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2주(14일)의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 과목은 행정학이었다. 행정학 중에서도‘작업연구’라는 특수한 교과목을 배정받았다. 작업연구는 행정을 하는데‘어떻게 하면 행정 효율을 높일 수 있느냐’하는 내용을 교육하는 과목이었다.
각 부처와 관계 없이 경기도 내에 있는 모든 공무원을 기능직에서부터 6급까지 교육 대상자는 7,000여 명으로 1년 동안에 교육을 완료하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경기도 교육원은 성균관대학을 임대하여 사용하였다. 교육원에 입교를 하면 입교식과 동시에 제일 먼저 예습평가를 하게 되고 예습평가와 2주간의 교육을 마치면, 종합평가를 하여 60점 이하의 점수를 받은 공무원은 면직을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렇다 보니 교육 분위는 긴장감이 돌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자 6회부터는 낙제 면직의 제도를 없앴다. 예습평가는 일반상식으로 50문제를 ○, ×가부로 결정했다. 안타까운 것은 철도기능직으로 철도선로의 높고 낮음을 망치로 다져서 기차가 탈선하지 않도록 평행을 잡는 사람들이다. 한글을 가까스로 알 정도인 단순 노무자들이었고, 시험문제의 내용을 알 것도 없이 이들은 시험문제를 모두 ○로 하거나 ×로 표시하면 반쯤은 맞겠지 하며 시험을 치렀다. 그래도 머리를 좀 쓰는 이들은 해 뜬 날은 ○, 흐린 날은 ×로 표시했다. 게다가 교육 교재의 일부는 한문이 섞여 있어, 이들은 교과서의 내용도 모르고 읽었고 한자가 나오면 그냥 건너뛰었다. 나는 단순 노무직 공무원에게 과연‘경제학과 예산관리’교육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의 직급은 6급인데 여기에 차출되어 교관이 된 사람은 9급에서 1개월에 한 계급식 승진하여 직급이 모두 교사로 바뀌었다. 그들은 4개월 만에 6급이 되는 초특급의 혜택을 받았다. 이것 역시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1년 만에 경기도 내 공무원 7,000여 명의 교육을 다 마친 교관들은 도에 복귀할 것을 건의하였다. 본청에는 자리가 없어 시·군으로 우선 배치되었고 교사직급에서 행정직으로 변경되었다. 나는 여주군 공보실장으로 1년간 근무하고 1963년, 경기도 산업국 농무과에 다시 복귀하였다. 행정직이 담당해야 할 복잡하고 민원이 많은 농지 분배 업무를 처리하는 지정계(地政係)로 배치되었다.
지금도 가끔 해가 쨍하고 뜬 날은 ○, 흐린 날은 ×, 그 생각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과연 철도청 기능직 공무원 즉 노무직으로 일하던 분들이 무엇을 배우고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케 한다. 교육은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해야지 획일적인 교육은 좋지가 않은것 같다.
<자료파일 제공 도서출판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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